WoodSmith #23 호에 실린 Trestle Bench 을 읽고 이걸 다음 프로젝트로 정했다. 필요하기도 했지만.
먼저 Sketchup 으로 디자인을 했다. 많은 치수들이 가지고 있는 나무 판 치수들로 부터 왔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공구들의 한계때문이기도 하다. 보면 두개의 판을 연결하고 이 연결로 장부 맞춤의 구멍을 만드는 경우가 몇군데 있는데 이렇게 한 이유는 이때만 해도 테이블쏘 나 루터가 없기 때문이다.
나무는 위 상판은 나왕의 변재, 바닥의 신발은 나왕의 심재, 중간에 기둥과 보는 느티나무 판을 사용했다.
나무를 자르면서 날 사로 잡은게 있는데, 나왕의 심재다. 이 판은 재단하고 자르고 사포질할때만 해도 좀 색이 짙다고만 생각했는데, 폴리우레탄 먹인 붓이 지나가는 자리에 짙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 확 살아났다. 덕분에 위와 아래와 중간의 색의 대조를 극명히 나타내서 아주 재밌다. 아래는 바닥 지지대인 나왕의 심재 사진이다.
화곡동 어머님 집 지하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사다 놓은 나무가 꽤 많다. 아버님은 생전에 목상일을 하셨는데 -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탄광이나 제재소에 납품하는 일 - 이때 할머니 관 짤 나무를 미리 장만하셨다고 한다. 할머니 때의 어른들은 종종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오히려 역정을 내셨고, 그 나무들은 그냥 지하실에서 푹 푹 쌓여 있었다. 대략 한 20년정도 먼지에 덮여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나무 종류를 보면 단지 관 만 짤 정도 보다는 훨씬 많고 다양했다. 어떤 나무 판은 못 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데, 어딘가에서 사용되었다가 떼내었던 것을 가지고 오지 않았나 싶다. 또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나왕도 꽤 있다.
그런 이유로 나무는 많았다. 문제는 나무가 모두 제재목이라서, 먼저 대패질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수압대패도 없고 자동 대패도 없고, 테이블 쏘도 없으니, 그냥 대패로 내리 까내는 수밖에 없다. 덕분에 아주 땀 많이 흘렸다. 또 이렇게 해서 만들다 보니, 잘 맞을 리가 없다. 정말 정신 수양이 절로 된다. 그래도 잘 재단되고 대패질된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되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됬다.
그런데, 이렇게 나무를 깎다 보니, 나무 무늬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게 되었다. 다양한 색, 패턴, 무늬, 질감, 촉감 그리고 그 향.... 그냥 나무를 사와서 DIY 을 했다면 몰랐을 것이다. 20년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대패로 싹 한 꺼풀을 벗겨내면 올라오는 송진 냄새와 하얗고 검붉은 소나무의 무늬는 절로 손이 가서 쓸어 내리게 된다.
나왕은 정말 변형이 생기지 않는 나무다. 다른 나무들 - 소나마, 느티나무 등 - 에 비하면 이 놈은 아주 그냥 똑바로 그대로 있다. 대신 중간중간에 한 1mm 정도 되는 구멍이 송 송 나 있는데, 벌레가 먹은 구멍이라고 한다. 또 이 나왕판만 한 200mm 정도 넓이 판이 꽤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이 나왕을 골라서 벤치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나왕판을 파는 사이트를 찾아 봤는데, 집성판이나 한치각은 있어도 이런 판 파는 곳은 없다. 아버지는 이걸 어디서 나서 지하실에 쌓아 놓은 신 건지... 돌아가셔서 물어볼 수 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