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대체할 소파를 만들어야 했다. 내가 누워서 낮잠을 잘 수 있어야 한다. 화곡동에 있는 나무를 가지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 - 80x20x1800 느티나무, 180x10x1800 소나무. 한번에 만들면 지치기도 하고, 만들어서 맘에 안 들 수도 있으니깐, 몇번에 걸쳐서 만들어야 한다. 다 만들면 프레임 상태에서 사용할 수 도 있고, 나중에 소파용 쿠션과 커버를 붙일 수 있어야 한다. 사각형의 단조로운 디자인은 안된다. 엉덩이 쪽이 더 낮아서 앉으면 자연스럽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뒤로 눕는 형태가 아니라 좀 꽂꽂했으면 한다. 팔걸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짝을 먼저 만들고 나머지 한 짝은 나중에 만들어서 다리와 엉덩이 프레임사이를 볼트로 단단히 조여서 고정할 계획이었다. 나중에 소파용 스폰지를 사서 멋진 천 커버로 쒸울 심산이었다. IKEA 에서 노란색의 이쁜 천도 끊어다 놓았다. 디자인 하면서도 걱정했지만, 아래에 세개의 판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처리가 정말 어려웠다. 실제로 만들면서도 이게 과연 힘을 잘 버틸까 걱정했었다. 실제로 이 부분의 조인트가 사용하면서 계속 느슨해 진다. 프레임 완성까지 한 2달 정도 걸렸다. 뭐 주말에 조금씩 만들어 가는 거니, 빨리 진행될 수 도 없었지만, 중간에 출장도 있었고, 손봐야 할 곳도 많아서... 나무에 파란빛이 많이 도는데, 소나무에 청태가 끼었다라고 한다. 곰팡이류라고 하는데 인체에는 해가 없단다. 나무 자체도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청태를 잘 드러나게 가구를 만들기도 한단다. 문제는 사람들이 와서 앉을려고 하질 않는다. 왠지 다리가 가느당당해서 앉으면 뿌러질 것 같단다. 내가 앉아서 괜찮다고 시범을 보여주면 앉아 보기는 하는데, 그 앉는 폼이 엉거주줌, 털썩 소파에 몸을 던지는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엉덩이로 슥 한번 짚어본다. 게다가 앉으면 살짝 나무가 휘어진다. 그러니 더 불안한 가 보다. 내가 봐도 안 스럽기는 하다.
판과 프레임이 딱 맞으면 좋을 줄 알고 좀 크게 만들어서 열심히 사포질 해서 딱 끼워 맞춰 놓았다. 그랬더니 앉을때마다, 움직일때마다 그 부분에서 끼익끼익 나무끼리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문제는 이미 본드로 붙여 놓은 상태라서 떼서 수정도 못한다.
결국 거실에서 한 2 주일 정도 지내다가 내 방으로 쫓겨와서는 내 침대 발치에 자리 잡았다. 너무 공을 들여 만들어서 버리지도 못하고. 가끔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현재로는 그냥 옷걸이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끔 저 놈 외로워 보여서 옆에 나머지 한짝을 만들어 주어야 지 하면서도, 워낙 디자인도 어렵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디자인이라... 아무래도 총각귀신이 될 운명의 소파 프레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