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0, 2014

소파 만들기

소파가 없는 집이라니. 앉은뱅이 소파가 있기는 했었는데, 왠지 바닥에 눕게 되서, 앉으면 다시 일어서기가 싫은, 귀차니즘을 유발하는 소파가 있었다.

이를 대체할 소파를 만들어야 했다. 내가 누워서 낮잠을 잘 수 있어야 한다. 화곡동에 있는 나무를 가지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 - 80x20x1800 느티나무, 180x10x1800 소나무. 한번에 만들면 지치기도 하고, 만들어서 맘에 안 들 수도 있으니깐, 몇번에 걸쳐서 만들어야 한다. 다 만들면 프레임 상태에서 사용할 수 도 있고, 나중에 소파용 쿠션과 커버를 붙일 수 있어야 한다. 사각형의 단조로운 디자인은 안된다. 엉덩이 쪽이 더 낮아서 앉으면 자연스럽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뒤로 눕는 형태가 아니라 좀 꽂꽂했으면 한다. 팔걸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짝을 먼저 만들고 나머지 한 짝은 나중에 만들어서 다리와 엉덩이 프레임사이를 볼트로 단단히 조여서 고정할 계획이었다.
나중에 소파용 스폰지를 사서 멋진 천 커버로 쒸울 심산이었다. IKEA 에서 노란색의 이쁜 천도 끊어다 놓았다.
디자인 하면서도 걱정했지만, 아래에 세개의 판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처리가 정말 어려웠다. 실제로 만들면서도 이게 과연 힘을 잘 버틸까 걱정했었다. 실제로 이 부분의 조인트가 사용하면서 계속 느슨해 진다.
프레임 완성까지 한 2달 정도 걸렸다. 뭐 주말에 조금씩 만들어 가는 거니, 빨리 진행될 수 도 없었지만, 중간에 출장도 있었고, 손봐야 할 곳도 많아서...
나무에 파란빛이 많이 도는데, 소나무에 청태가 끼었다라고 한다. 곰팡이류라고 하는데 인체에는 해가 없단다. 나무 자체도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청태를 잘 드러나게 가구를 만들기도 한단다.
문제는 사람들이 와서 앉을려고 하질 않는다. 왠지 다리가 가느당당해서 앉으면 뿌러질 것 같단다. 내가 앉아서 괜찮다고 시범을 보여주면 앉아 보기는 하는데, 그 앉는 폼이 엉거주줌, 털썩 소파에 몸을 던지는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엉덩이로 슥 한번 짚어본다. 게다가 앉으면 살짝 나무가 휘어진다. 그러니 더 불안한 가 보다. 내가 봐도 안 스럽기는 하다.

판과 프레임이 딱 맞으면 좋을 줄 알고 좀 크게 만들어서 열심히 사포질 해서 딱 끼워 맞춰 놓았다. 그랬더니 앉을때마다, 움직일때마다 그 부분에서 끼익끼익 나무끼리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문제는 이미 본드로 붙여 놓은 상태라서 떼서 수정도 못한다.

결국 거실에서 한 2 주일 정도 지내다가 내 방으로 쫓겨와서는 내 침대 발치에 자리 잡았다. 너무 공을 들여 만들어서 버리지도 못하고. 가끔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현재로는 그냥 옷걸이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끔 저 놈 외로워 보여서 옆에 나머지 한짝을 만들어 주어야 지 하면서도, 워낙 디자인도 어렵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디자인이라... 아무래도 총각귀신이 될 운명의 소파 프레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