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뭔가를 만들고 그걸 기록해 놓는다. 그냥 잠깐 스쳐가는게 아니라 내 삶에 나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만들고 싶다. 단순한 것이라도, 하나라도, 정을 붙일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
Sunday, January 25, 2015
싱크대 상판위에 주방도구 장
목공과 와이프와의 관계는 미묘하다. 나무 깎고 있는 남편은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심부름도 안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않으니, 말려야 한다. 그렇지만 뭔가 만들어서 오거나, 이것저것 고칠게 있을때는 아주 요긴하다. 그런데 자꾸 이것 저것 장비들을 사제끼고 있으면, 또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적당히 잘 발란스를 맞춰서 원하는 것을 얻으면서도 너무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 ? 아님 넌 너 하고 싶은거 해라... 일까 ?
싱크대 위에 여러가지 주방도구들이 올라가게 된다. 캐비넷 장도, 싱크대 장도 있지만, 그래도 싱크대상판 위에는 뭔가 또 그 위에 있어야 할 자주 쓰는 주방도구들이 있다. 그런데 이 도구들이 너저분하게 놓여 있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면 또 좁은 싱크대 상판이 더 좁아진다. 뭔가 그런 도구들을 잘 보관하면서 깔끔하게 지켜줄 장이 필요하다. 이 장에는 문이 있어서 안 쓸때는 닫아 놓아야지 지저분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냥 일반적인 양옆으로 여는 문은 열려면 앞쪽에 물건들을 치우게 되기 때문에 안된다. 위쪽으로 열면 해결될 것 같은데, 그래도 역시 앞쪽에 물건들이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이 너무 크면 그것 때문에 시야나 손에 방향을 가리게 될 수 도 있다. 다리가 적당한 높이로 있어서 물이 바닥판에 직접 닿지 않아야 한다. 두꺼운 나무를 쓸 필요는 없다. 간장 병이라던가, 튀김기름등은 꽤 높이가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이가 있어야 한다.
이 배불뚝이 장은 특징이 앞이 볼록 하다는 것이다. 이 볼록한 배가 어느정도 높이가 있기 때문에 앞에 물건이 놓여 있어도 문을 열때 걸리지 않는다. 장이 놓일 위치가 싱크대 상판이기 때문에 대부분 손은 위에서 아래로 약 비스듬히 접근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개방 구간이 생기게 된다. 다리에 위치와 배의 볼록한 정도와 높이가 균형을 이뤄서 문을 열어도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했다. 볼록한 배의 앞부분에는 높이가 낮은 주방도구를 뒤쪽으로는 높이가 있는 도구를 놓을 수 있다.
역시 맞춤은... 주먹장부 맞춤. 경사도 있고, 폭도 다양해서 아무래도 품이 좀 많이 들어 갈거 같다.
뒤판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그쪽으로 가스 배관이 지나가서 이다.
발에 빨간 구두를 쒸워서 포인트를 주었다.
여기까지 만들고서 나무가 똑 떨어졌다. 앞에 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데 임자가 나타났다. IKEA 아이들 칠판이 버려진 걸 줒어 왔다. 그래서 이게 앞판이 됬는데 신기하게도 폭이 정확히 맞았고, 높이 좀 잘라냈고 다듬었더니 딱 들어 맞았다. 칠판이라서 이것 저것 적어 놓을 수 도 있으니 금상 첨화다. 신기했다. 조그만 금액이라도 로또 한 번 맞으적 없었는데.
공압스프링을 넣어서 문을 위로 열었을때 그대로 버티도록 했다.
Wednesday, January 21, 2015
모서리 선반
에어콘이 모서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위의 공간이 남는데, 뭔가 선반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와이프의 주문이 들어 왔다.
선반의 경우 받침대가 생명이다. 하지만 모서리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잡아 줄 수 있다면 받침대가 눈에 보이지 않게 공중에 뜬것 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사못도 안 보여야지 완벽히 속일 수 있다. 아무리 떠 있는 형태라고는 해도 흔들거리면 안된다. 물건을 올려놓았는데 휙 하고 넘어지면 곤란한다. 그리고 라디오를 올려놓는다고 했기 때문에 전선이 지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라디오뿐만 아니라 뭔가 애들 손에 닿으면 안되는 물건들을 올려 놓는다고 하니 넓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아래 같은 모양의 디자인이 탄생했다. 뭔가 스타트랙에 나오는 우주선 같지 않은가 ?
여러개의 조각을 집성해서 넓은 판을 만드는데, 대칭이 되도록 했다.
벽에 나사로 지지대인 판을 부착하고, 넓은 판을 지지대판의 홈에 넣고, 조그만 키를 꽂아서 앞으로 빠지지 않도록 했다.
나무는 스프러스 19mm 판재를 사용했는데, 사실 이게 처음으로 나무를 사서 작업한 것이었다. 사실 정확히 재단된 나무를 사서 하면 일이 쉽게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넓은 판의 집성은 8mm 목심을 군데군데 박아서 했는데, 정확한 위치의 중심에 구멍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8mm 로 구멍을 내서 집성하면 중간중간 공간이 생기거나 나무가 뒤틀리거나, 높이가 안 맞거나 했다. 최대한 그런 부분 없이 할려고 9mm 로 구멍을 내서 본드를 엄청 많이 넣어서 메꿔 버렸다. 장비탓을 안 할 수 가 없다.
그리고 마무리는 수성스테인중엔 chestnut 색을 가진 것을 사서 두번 칠하고, 수성바니쉬로 마무리 했다. chestnut 색은 사실 맘에 들지 않았다. 좀더 진한 색을 사용했어야 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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